- 이번엔 글 커미션이다!!!
- 익존님께 레오요나로 편지 커미션 신청했습니다.
- 익존님 커미션 링크는 여기!! posty.pe/282hth
요나에게,
보통 편지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더라. 뭐라도 적어보려다, 어쩐지 다 귀찮아진 기분이라 펜을 놓았다 쥐었다를 반복하게 되는군. 뭐, 그래서 다 포기하고 잠이나 잘까 고민했는데. 고민하는 잠깐 사이에 잠이 완전히 깨버렸다. 내친김에 뭐라도 적어보려고. 미리 말하지만 뜨거운 사랑의 고백 같은 건 기대하지 말라고. 내가 그런 성미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쳇, 그래. 물론 너에게 좀 물러지는 건 인정하지만. 처음부터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으니 이만 하지.
뭐, 갑자기 웬 바람이 들어서 편지를 쓰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군. 하아, 설명하자면 좀 길어지는데. 요나. 알다시피 내 성품이 워낙 지루한 걸 견디지 못 하니 말이야.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적기 시작하는 것도 제법 꼴이 우스우니. 그냥. 간단히 말하면.
……시간이 난 김에 뭐라도 적어보려는 거다.
이쯤 되니 네 표정이 상상되는군. 분명히 ‘뭐라는 거야, 이 왕자 놈.’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눈에 선하군. 이상하게 여기지 말라고, 쳇. 난 원래 시간이 나면 자거나 누워있는 것에 시간을 다 할애하는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나도 살다보니 이상한 바람이 다 들어 편지까지 쓰는 거니까.
사실 어릴 적에도 누군가에 마음을 담아 글을 적어본 적은 없어. 아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그렇게 살가운 성격은 못 되어서 말이다. 기껏해야 글로 적는 건 공부나 적당한 낙서 따위가 전부였지. 뭐,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어렸을 적에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되지 못 했기에 응어리지다 못 해 최근에 오버 - 블롯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쳇. 너도 알다시피 난 싫은 건 참지 않고, 좋아하는 걸 취하는 것에 망설임은 없어. 내가 누리지 못 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손아귀에 넣어야 하고, 무엇을 하든 내가 우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
뭐, 그런 나에게 할 말을 굳이 정리해서 글을 적는 건 따분한 일이지 않나. 뭐든 확실한 것만 하는 나이기에. 묻고 싶은 게 있다면 입으로 전하는 게 가장 편하다. 그게 아니라면 행동으로 보여주던가. 힘으로 억누르던가. 간단하지? 쉽지 않나. 가끔은 조금의 힘을 과시하거나 보여주는 것이, 번거롭고 입 아프도록 떠드는 것보다 나을 때도 많아. 손에 쥔 무언가를 모래로 만드는 걸 보여주면, 상대에게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우위에 있다는 것. 언제든지 눈앞에 있는 상대를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모래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면 단숨에 사람을 다루기 쉬워지고 고분고분해지지. 어쨌든 내가 살아온 생태는 약육강식이니 말이다. 나는 일국의 왕자이며, 실제로 강하기도 하니까. 강한 자의 말이 절대적인 건 당연한 것이지 않나?
그러니 당연지사, 내 명령이나 행동 따위에 눈치를 보지 않는 이는 없었지. 거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단순히 그게 사실이다. 단 한 번도 네게 거짓을 말한 적 없으니.
그런데 말이야. 태생 덕분에 인생에 모자람을 느끼지 못 했던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우습게도 태생이었지. 고작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차남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강한 마법 능력과 명령은 형의 말보다 등한시 되었으니 말이지. 그래. 처음에는 이런 게 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매한가지지만. 하지만 이제 와서 우스운 작당을 할 생각은 없어. 다 귀찮아졌거든.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발휘할 수 없는 곳이라면 별 의미가 없겠다 싶을 뿐. 나보다 한참 어리고 작은 조카를 보며 시기하는 것도 다 부질 없고 귀찮아졌어. 요나, 지난번에 너도 봤다시피 한줌짜리 녀석이지 않나. 뭐랄까, 전의를 상실했다고 하면 좋을지.
결국에는, 더 이상 인생에 성취감도 없고, 재미도 느끼지 못 하는데 뭘 더 열심히 해야 하지? 무얼 목표로 해야 인생에 탄력을 느낄 수 있나? 그런 허무감에 취해 지내다 보니 몇 년이 지나고 말았다. 더는 무엇에 목매지 않았어. 최고가 되고 싶어서 발버둥치고 싶지도 않아졌지. 제아무리 머리가 영민하거나, 형보다 뛰어나봤자 다 무엇이 의미가 있겠어. 오히려 내가 머리가 좋은 건 오히려 독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아무리 잘해봤자 무엇도 득 될 것 하나 없다는 걸 너무 빨리 알아버렸으니. 그래, 뭐, 나라고 앞으로 뭘 할지 고민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야. 그런데 말이야. 아무것도 안 해도, 아니,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늘어져 있는 편이 더 나은 삶. 능력이 부진하고 없을수록 나은 게 왕가의 차남이라니. 우습지 않나? 이래봬도 왕자라는 작자가 말이야. 꼭 사육되고 있는 것 같지 않나. 아무것도 하지 못 하는 비루먹은 삶에 길들여지고, 쓸모없어지면서. 솔직히 여전히 지는 건 여전히 싫고, 늘 최고가 되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까지 노력해봤자, 어차피 1등을 하지 못한다면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귀찮았으니.
그러니까. 불과 몇 달 전의 나는 말이다.
뭐, 결국에는 말이야. 요나, 네 덕분에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야. 웃기게도. 그 누구도 아니고, 얼굴을 본지 이제 반년도 지나지 않은, 네가 알려준 거지. 일전의 마지프트 사건 덕분에. 성취의 가치가 하등 쓸모없지 않다는 것. 쳇, 이런 걸 굳이 이야기 하고 있는 나도 우습지만. 그만큼 요나 네 말이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감히 그 누구도 내게 발칙하게 날 가르치려 들지는 않았거든. 두드려 패서 내 정신을 차리게 한다는 발상은 더더욱 하지 않았고……. 그때 맞은 곳이 아직도 아프군.
그래도 웃기지만, 네가 가르치려 드는 태도가 싫지 않아. 난 태어나 누구한테 혼난 적 한 번 없는데 말이야. 오히려 나에게 어디까지 당돌할지 궁금할 지경이더군. 갑자기 좋아한다느니, 말하지를 않나. 하아아, 지금도 그 생각만 하니 황당함에 머리가 울린다. 내가 누군가의 페이스에 휘말려 본 적은 또 오랜만이라. 이것은 스스로 어느 정도는 나를, 레오나 킹스카라라는 오만한 자아를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는 뜻인지. 아니면, 네가 예외인 것인지 모르겠군. 아마 후자에 가까울 것 같지만.
그나저나,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예전…… 아니. 며칠 전에 네가 나에게 했던 고백 말이지. 그냥 대충 대답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라기가 하도 나를 닦달해댔단 말이지. 나도 네가 좋고, 너도 내가 좋다는데. 그걸로 된 거 아닌가? 하아.“좋아하는 사람한테 정식으로 교제하자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게 일국의 왕자인 게 가당찮기나 함까?”말하면서 성가시게 다그치지를 않나. 저 녀석, 귀찮게 말이야.
구구절절 사랑을 고백하는 것? 하라면 하겠고, 적으라면 못 적을 것도 없겠지만……. 굳이? 입만 아플 텐데. 그 겉치레가 다 무슨 의미인가 싶기는 하지만, 뭐. 일단은 너와‘연인’이 되어버린 이상은 아무 말 안하는 것도 우습겠지.
그래, 내가 편지를 적기 시작한 이유를 이제 정정하도록 하지. 뜨거운 사랑 고백을 기대하지는 말라고 했어도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군.
요나, 네가 좋다. 좋아한다는 말도, 사귀자는 말도 이미 너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는 했어도, 확실히 말을 전하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더군. 네가 좋아. 그 당돌하고 맘 가는대로 직진하는 네 성격이나, 그 대범함이나. 무모함이나. 지난번에는 샌드위치 하나 사겠다며 창문을 넘는 광경을 보고는 솔직히 웃음까지 나더군. 고기가 좋다고 한 내 말을 대충 흘려듣지 않은 모양이지.
하, 반하지 않을 수 없잖아. 그런 여자에게. 내가 좋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던지는 요나 너에게.
언제부터 반해 있었는지는, 글쎄, 확실하게 대답할 순 없지만. 언젠간 네가 인어 녀석들 덕분에 낡은 기숙사에서 쫓겨나, 내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을 때 말이야. 내 침대 옆자리에서 무방비하게 잠들어있는 널 보고, 그때 처음으로 마음이 동했던 것도 같군. 왜였을까, 요나. 너는 왜……. 분명 맹수 옆에서 잠든 초식동물인데도, 그렇게 곁에 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굴었는지. 왜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는지. 그래,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우스워 보이나 궁금했다. 분한 것 같았어. 얼굴을 설핏 가리는 네 머리카락을 슬쩍 넘기며 든 생각은. 아아, ‘화가 난다.’였던가.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저. 내가, 요나 너에게 화가 난 건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거다. 그냥 나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너의 태도가 싫었던 거지. 뭐…… 이제와 말하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적당히 들어주면 고맙겠군. 대신 더 캐묻거나 따지지는 말라고. 나, 레오나 킹스카라가, 태어나 처음으로 하는 고백이니까.
내친김에 조금 더 솔직해져 볼까. 내가 나보다 우선하는 사람이 생긴 적은 처음이야. 부모나 형제나, 모두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뿐이고. 학교에서도 말 거는 녀석들은 다 귀찮기만 하니. 어차피 2왕자라는 내 꼬리말만 보고 콩고물을 노리며 좇은 녀석들이 대부분이지 않나? 놈들을 쳐내거나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의심이 많고, 쉽게 마음을 내어주기 싫어하는 작자지만. 하지만, 요나. 너는 몹시 자연스럽게 내 곁에 있더군.
네가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왔는지는 사실 모르겠어. 뭘 원하지? 나에게 사랑을 구하는 것 같지도 않아. 언젠간 떠날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요나.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손 안에 안겨줄 자신이 있다. 세상을 네 발 밑에 두게 해 줄 수 있어. 네가 다른 곳으로 훗날 떠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가지마.
너도 날 사랑한다면서?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인 걸로 해두지.
할 말은 아직 안 끝났으니 저녁에 찾아오도록 해. 제때 찾아오지 않으면 네가 예전에 준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갈 거니 알아서 처사하도록. 이만 줄인다.
레오나 킹스카라.
후기: 익존님의 레오나 캐해에 감탄하고 실실 웃으면서 읽다가 뒷부분에서 오타쿠 뒤짐.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또 오타쿠 죽음.... 틔터의 실시간 감상 타래는 이쪽 >> ㅇㅇ
아니 이 부분 진짜 미친거 아니냐고 ㅁㅇㄴ;ㅐ려ㅑ맨ㅇ;러ㅏ어랑라
네가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다가왔는지는 사실 모르겠어. 뭘 원하지? 나에게 사랑을 구하는 것 같지도 않아. 언젠간 떠날 것 같기도 해. 하지만.
요나. 네가 원하는 모든 걸 손 안에 안겨줄 자신이 있다. 세상을 네 발 밑에 두게 해 줄 수 있어. 네가 다른 곳으로 훗날 떠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만.
가지마.
너도 날 사랑한다면서?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인 걸로 해두지.
할 말은 아직 안 끝났으니 저녁에 찾아오도록 해. 제때 찾아오지 않으면 네가 예전에 준 열쇠로 문 열고 들어갈 거니 알아서 처사하도록. 이만 줄인다.
아!!! 맘같아서는 타블렛 펜들고 밑줄 쫙쫙 그으면서 첨삭하고 싶은데 지금 몸상태가 좀 메롱해서 다음 기회에... ㅠㅍ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