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위스테 프롤로그 7화 직후 시점
- 우리집 감생이가 요나라고 불리게 된 이유
1. 어쩌다 요나
가면을 쓴 키 큰 남자는 용무를 마치고 한결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망토를 펄럭이며 몸을 돌렸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현관을 향해 가던 그는 뭔가 생각난 듯 문득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도 안물어봤네요. 이름이…?"
질문을 받은 상대는 팔짱을 낀채로 복도 바닥에 두껍게 쌓여있는 먼지를 질색하는 얼굴로 노려보다 말고 퍼뜩 고개를 들며 남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연하. 하연하라고 합니다."
"흠흠, 요...나가 이름인 거지요? 앞으로 요나 군이라고 부르면 되겠군요."
...요나가 아니라 연하인데요.
혼자서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면 쓴 남자를 어이없어 하며 바라보던 자홍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남자의 실수를 지적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금방 생각을 고쳐먹고 입을 다물었다. 이제 와서 연하로 불리든 요나로 불리든 그게 다 뭔 상관인가.
어차피 여기는 그녀가 원래 살던 세계도 아니고, 심지어 이 몸도 그녀의 것이 아닌데.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연하는… 아니 요나는 한숨을 삼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른 세계, 남의 몸, 마법학교…
"이몸은 그림! 이몸의 이름도 잘 기억해두라고!"
…그리고 불을 뿜고 사람의 말을 하는 건방진 고양이 괴물까지.
발치에서 들려온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내리자 까만 털에 새파란 눈동자, 그리고 귀에서 푸른 불꽃이 넘실대는 고양이를 닮은 생명체가 두 발로 서서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네… 그쪽도 일단 기억해 두지요."
가면 쓴 남자는 (요나는 그의 이름이 크로울리이며 이 마법학교의 학원장이라고 소개했던 것을 간신히 기억해냈다) 다소 떨떠름해 하는 태도로 고양이 괴물을 향해 한 번 고개를 끄덕여 주고 다시 요나에게 고개를 돌려 내일 근무시간에 늦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요나는 학원장이 낡은 기숙사 건물을 등지고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즈음에서야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된 몬스터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럼… 앞으로 쓸 방을 청소하기 전에 먼저 밥부터 먹을까?"